코로나19, 빈곤층에 더 가혹했다…의료급여 대상자 치명률 5.8배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분석…의료급여 수급자 입원율도 2.6배 높아
경제수준 낮거나 장애인, 비수도권 거주자 사망 위험 ↑

김병용 대표기자 승인 2024.07.31 09:4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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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지난 2022년 7월29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가 설치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많은 생명을 앗아갔지만, 특히 빈곤층에게 더 가혹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빈곤층인 의료급여 수급자는 비수급자보다 코로나19 발생률은 낮았지만, 입원율과 치명률은 월등히 높았다.

30일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 연구팀(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진용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남현우 학생)이 2020년 1월~2022년 12월 5천198만4천158명의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의료급여 대상자의 치명률(코로나19 확진자 중 사망한 사람의 비율)은 비수급자의 5.8배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율 역시 의료급여 수급자가 비수급자의 2.6배 수준으로 높았으며, 사망률(전체 사망자 중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비율) 역시 4.7배나 됐다.

수급자와 비수급자 사이의 이런 격차는 유행의 후반기로 갈수록 더 컸다.

반면 발생률 자체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비수급자보다 낮았다. 수급자의 10만명당 코로나19 발생률은 3만2천737명으로, 평균(10만명당 4만601명)을 밑돌았다.

수급자들 사이에서 감염자는 적지만 위중해진 경우가 많았던 것은 빈곤층 중 증상이 있어도 참으며 확진 검사를 받지 않는 등 '숨은 감염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혜진 교수는 "의료급여 수급자 중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나 고연령층이 많았던 것이 입원율과 치명률이 높은 이유로 분석된다"며 "그런데도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증상을 참다가 늦게 병원에 오신 분들이 많았던 것이 원인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급자와 비수급자 사이 입원율과 치명률 격차가 후기로 갈수록 커진 것은 후기에는 방역정책으로 인해 자발적 검사를 하지 않으면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는 상황이었던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여건과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사망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했는데, 입원율과 사망률은 경제 수준이 낮은 경우, 장애가 있는 경우, 동반질환이 많은 경우, 남성인 경우, 서울과 광역시 이외 비수도권 거주자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 교수는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모든 소득수준에서 코로나19의 낮은 치명률을 유지했지만, 저소득층, 장애인 같은 취약계층이 더 코로나19에 취약했다"며 "향후 감염병 유행 시 취약계층이 건강 불평등을 겪지 않도록 대응 전략과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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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왼쪽),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진용 교수(오른쪽). 사진제공 분당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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