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봉사를 할까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발로 뛰며 봉사하는 만큼 사람들의 삶이 달라지고 함께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울산에서는 유일하게 '2024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박원숙(62)씨는 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이 봉사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앞서 박씨는 올해 1월에 30년간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에 매진해온 공로로 LG복지재단 주관 'LG 의인상'을 받았다.
그는 LG 의인상 수상자로 받은 상금 전액도 어려운 이웃 봉사를 위해 성금으로 내놨다.
박씨는 이날 수상 소감으로 "부족한 저에게 큰 상을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동료 봉사원들과 나누고 싶다"며 "봉사는 사랑이라고 항상 가슴에 새기면서 나눔을 함께하면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봉사하겠다"고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리고 가족들, 남편이 일등 공신이라며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는 말도 했다.
박씨가 처음 봉사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생 시절 가입한 '4H클럽' 활동이라고 한다.
4H클럽은 머리(Head), 마음(Heart), 건강(Health), 손(Hands)을 통해 실천하며 배우는 세계적인 청소년단체다. 주로 농촌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이 클럽은 정기적으로 농촌일손돕기 활동을 했고, 박씨 역시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의 여러 농가를 도우며 자원봉사의 의미와 보람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성인이 된 저는 4H클럽과 유사한 활동을 펼치던 새마을운동 단체에 가입해서 본격적인 봉사활동의 길을 걸었다"고 했다.
박씨는 20대에 출산한 쌍둥이 모두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책하고 비관했으며,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던 때 마을 이장의 권유로 새마을 부녀회장직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봉사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마음에 새롭게 새기기 시작했고, 자책과 원망을 점차 떨쳐냈다고 한다.
박씨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자원봉사를 이어오고 있다"면서 "제 삶에 있어서 자원봉사는 자신과 세상으로 향하던 어두운 감정을 승화시키는 힘이 됐고,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마을에, 지역사회에, 국가 전체에 필요한 공동체의식 복원과 보전에 일조하며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자원봉사였다"고 강조했다.
그의 긴 봉사의 삶은 그리 쉬운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박씨는 "수많은 자원봉사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천재지변에 따른 활동이었다"며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인근 해상에서 선박 충돌로 인한 대형 해양오염 사고는 제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알게 해주었다. 한겨울 오염된 기름을 닦아내는 과정은 인간의 체력으로는 견디기 힘든 기억을 남겼다"고 전했다.
또 "2016년 태풍 차바로 울산 중구 태화동 일대가 물에 잠겼을 때도, 2022년 태풍 힌남노로 막대한 피해를 본 포항에 갔을 때도 유사한 경험을 했고, 하수구와 정화조에서 역류한 오물들이 뒤섞인 현장은 지옥을 방불케 했다"고 덧붙였다.
오랜 봉사의 삶 속에서 기억에 남고 감동적인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봉사 초기 새마을부녀회서 활동하던 때인 38세 그해부터 15년 동안 이어온 '사랑의 점심나누기' 사업을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로 꼽았다.
그는 "마을 어르신 500여 명에게 국수 한 그릇 대접하는 사업이지만 이를 준비하고 식탁에 올리는 과정이 그만큼 고됐다"며 "일이 고되고 힘들수록 더 기억에 남고 시간이 지날수록 보람도 커지는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박씨는 앞으로 어떤 봉사를 하고 싶냐는 물음에 "'봉사는 나의 삶과 같다', '봉사는 사랑이다'라는 신념으로 지금까지 봉사하고 있고,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 하는 것처럼, 어려운 사람을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박씨는 1995년부터 30년간 장애인·노인 복지시설 급식 지원, 중증장애인 농구단 창단, 독거노인 목욕봉사 및 점심 나누기, 수해복구 활동, 119수상구조대 활동, 여성의용소방대 활동, 헌혈 등 다양한 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울산시 대한적십자 뜨락봉사회 회장, 울주군전문자원봉사단협의회 수석부회장 겸 여명봉사단 회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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