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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5도위원회 차정현 주무관. 인사혁신처 제공

"장애가 있다고 해서 절대 공직의 문이 좁지 않습니다. 중증 장애인이면 최우선으로 공무원에 도전해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행정안전부 산하 이북5도위원회 차정현(47) 주무관은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17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청사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척추·하지 장애로 평소 휠체어를 이용하는 차 주무관은 2022년 중증장애인 경력 채용 전형으로 입직, 현재 이북5도위에서 전산직 8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차 주무관은 공무원이 되기 전 서울교통공사에서 신호직으로 근무하며 도시철도 신호체계 관리와 전산 업무를 담당했고, 그 이전에는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에서 웹 접근성 전문가 심사 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이전 직장에서 공공 서비스의 중요성과 사회적 가치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됐고, 이런 경험이 공직 진출에 관심을 가진 계기였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전문성을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에 공무원의 길을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차 주무관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장애인 취업 관련 커뮤니티 등을 통해 중증장애인 경력 채용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국가공무원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는 상대적으로 고용 여건이 열악한 중증장애인의 공직 진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08년 중증장애인 경채를 도입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선발 인원은 480명으로, 올해는 68명을 선발한다.

이 전형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최적의 수험 환경 제공을 위해 사전에 필요한 사항을 접수해 개별 편의를 제공하고, 임용 이후에도 근로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해 공직 적응을 돕는다.

구체적으로 인사처는 중증장애인 경채 응시자들에게 접근성이 보장된 면접장 배정, 장애 특성별 시험 시간 연장, 수화 통역 등의 편의를 제공한다.

청각·언어 장애로 발화가 어렵거나 음성 소통이 제한된 응시자들에게는 면접에서 글을 입력할 수 있는 기기를 통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필담 면접'의 기회가 주어진다.

차 주무관은 "면접관들이 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필요한 경우 질문을 반복하거나 충분한 답변 시간을 줬다"면서 "면접 과정에서 장애에 의한 불이익 없이 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임용 이후에는 내 활동 반경에 맞게 경사나 단차를 제거해줘 업무 공간의 물리적 제약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차 주무관은 공직자를 꿈꾸는 장애인들을 향해 "장애인은 단지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것일 뿐"이라며 "공무원은 고용 안정성이 보장돼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편의 지원으로 장애가 있어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적절한 환경과 지원이 주어진다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때로는 더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중증장애인 경채는 장애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제도다. 이런 제도를 활용해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지 말고, 더 넓은 세상에 도전해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