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선거 때 발달장애인 위해 투표 보조용구 제공해야"

1심 각하 판결 뒤집어…후보자 사진 넣은 투표용지 도입 요구는 안 받아들여

김병용 대표기자 승인 2024.12.18 22:52 | 최종 수정 2024.12.20 12:46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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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26일 서울시 용산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된 점자형 투표보조용구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투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3부(이은혜 이준영 이양희 부장판사)는 18일 발달장애인 박모 씨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이 지난 날 이후 시행되는 공직 선거(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에서 원고들이 요구할 경우 발달장애인 등 문자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투표 보조 용구를 제공하라"고 했다.

투표 보조 용구란 정당의 로고나 후보자의 사진 등을 이용해 문자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투표용지에 기재된 정당 이름, 후보자 기호, 이름 등을 알 수 있도록 돕는 기구를 의미한다.

다만, 재판부는 투표용지 자체에 후보자 사진을 넣는 방식의 그림 투표용지를 도입해달라는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 측을 대리한 정재형 변호사는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발달장애인이 시민으로서 권리를 가진 주체임을 인정하고, 발달장애인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인정했다"며 "문자를 읽을 수 없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림 투표용지 논의도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은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장애인의 투표 참여를 위해 그림 투표용지와 이해가 쉬운 형태의 선거공보물을 제작해야 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1심 법원은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본안 판단 없이 내리는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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