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98㎝ 伊안무가 "세상이 바라보는 내 이미지는 내가 결정"
키아라 베르사니, 모두예술극장 공연차 내한…"휠체어 없는 자유 느껴 행위예술 공부"
김병용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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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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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서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의 집단적 목소리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활동가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죠. 장애인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대신해서 보여주고 설명하는 역할이에요."
이탈리아의 공연 예술가이자 안무가 키아라 베르사니가 28일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이 느끼는 '정치적 책임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베르사니는 뼈가 약해지는 질병 '골형성부전증'을 가진 장애 예술인이다. 키 98㎝의 몸으로 이미지와 상징을 활용해 행위 예술을 펼친다. 2018년 이탈리아 문화예술계의 권위 있는 시상식 '프레미오 우부'(Premio UBU)에서 35세 이하 최고 공연자 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장애예술 표준극장인 모두예술극장에서 대표작 '젠틀 유니콘'을 비롯해 장애와 자연의 관계를 묻는 '덤불', 고전 발레 작품 '빈사의 백조'를 재해석한 '애니멀'을 공연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그가 공연하는 것은 지난해 홍콩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그의 예술은 '정치적 신체'라는 개념에 바탕을 두고 누군가를 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 문화권에서 비롯되는 선입견 등을 분석한다. '젠틀 유니콘'은 상상의 동물 '유니콘'을 자기 몸으로 새롭게 구현해 고착화한 이미지에 도전한다.
그는 "당신이 나를 해석하는 것이 아닌, 내가 나를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줄 것"이라며 "세상이 바라보는 나의 이미지는 내가 결정할 것"이라고 당차게 말한다.
베르사니는 19세에 대학에 진학해 연극 워크숍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행위 예술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행위 예술 학교에 다니면서 제 몸이 휠체어 없이도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휠체어 없이 작업하고 훈련하면서 자유를 느꼈고 행위 예술과 사랑에 빠졌다"고 떠올렸다.
그는 실제 활동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기간 조합을 결성해 장애 예술인에 대한 이탈리아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이번에 내한 공연뿐만 아니라 국내 관악기 연주자, 무용수, 대학생과 워크숍도 진행한다.
그는 "제가 하는 연구의 기초를 그들과 공유하게 될 것"이라며 "서로 잘 듣고 자기 몸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애인 전용 예술극장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공연해 장애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신의 시적인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공간에서 공연을 소개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사회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우리를 맞이하는 게 준비되지 않은 공간으로도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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